호주 휴가, 일

며칠 전에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한국인이 휴가에 대해 쓴 글을 읽었는데, 호주에 대해서는 '카더라' 정도 언급만 있어서 내가 아는 대로 적어볼까 한다.

미리 밝힘: 내가 다닌 두 회사는 규모가 크고, 한국도 그렇지만 IT 쪽이라 다른 분야에 비해 유연한 편인 것 같다. 따라서 모든 호주 회사가 같은 분위기는 아닐거라고 본다. 물론 법으로 정해진 건 지킨다. 풀-타임(주 38시간) 기준.

  • 유급 연차(annual leave)는 4주: 즉, 주 5일 풀-타임 일하면 20일, 주 20시간 일하면 4주치에 해당하는 80시간. 안쓰면 이월 되고, 많이 쌓이면 돈으로 받아도 됨.
  • 한국처럼 2년 근무마다 연차 1일 늘어나는 제도는 없음. 단, 한 회사에 10년 근무하면 2달 유급휴가(long service leave) 주는 제도가 있음.
  • 무급 연차(unpaid annual leave)도 많이들 간다. 휴가 갈건데 연차가 모자라면 매니저랑 상의해서 무급으로 간다.
  • 한국에선 1일 단위로 연차가 생겼던 것 같은데, 호주에선 하루 일할 때마다 조금씩 생김. 그래서 내 남은 연차는 2.38일 이런 식.
  • 유급 병가 10일: 본인이 아프거나 가족이 다쳤거나 아플 때 쓸 수 있음 - 그래서 sick & carer's leave 또는 personal leave라고 부름. 증빙을 하라고 하는 곳도 있는 모양인데 나는 아직 해본적 없음. 당연하지만 이건 이월 안되고 돈으로 안 줌.
  • 한국의 생리 휴가에 해당하는 제도는 없음.
  • 공휴일은 9-10일: 주마다 약간 다른데 NSW는 2017년에 9일. 한국은 평균 15일 정도인걸로 알고 있음.
  • 12개월 무급 출산휴가는 그 회사에서 12개월 일한 뒤에 자격이 생김. 추가로 12개월 연장도 가능하고 부/모가 나눠서 쓸 수도 있음.
  • 내가 다닌곳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재택근무(work from home)가 유연함. 주 1회 정도는 전날 이메일로 말하고 집에서 일해도 되고, 매주 정해진 요일마다 집에서 일하는 사람도 많음. 택배 받으러, 병원 가야되서, 집이 멀어서도 재택을 함.
  • 주 38시간 근무라서 주5일 하루 7.6시간 일함. 그런데 보통 점심을 간단히 먹고 9-to-5로 8시간 회사에 머뭄.

"호주는 독일과 유사하게 7월에 한 번, 그리고 크리스마스부터 새해에 걸쳐 약 2~3주에 걸쳐 휴가를 떠난다"는 말은 아마도 맞다. 연말에 2-3주 쉬는건 일반적인데, 많은 회사들이 2주 정도 휴업을 해버리기도 한다. 휴업하면 직원들은 강제로 휴가를 가야된다. 그런데 7월에 쉬는건 잘 모르겠다. 오히려 이스터(부활절) 연휴 끼고 더 많이 쉬는거 같은데.

프랑스인 동료가 호주 휴가 제도가 좋다기에 "프랑스도 한 달씩 쉬잖아!" 했더니, 대신 그 외 추가로 쓰기는 어렵다고 하더라. 호주는 무급으로 연차 더 쓴다고 하면 대부분 허락하는 것 같다. 그래도 여전히 프랑스도 괜찮은 것 같은데, 프랑스인이 호주가 더 낫다고 하니까 그냥 그러려니 한다. 날짜 수 보다는 자유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나 보다.

호주 연차 20일 + 공휴일 9일 = 29일 / 한국 연차 15일 + 공휴일 15일 = 30일 이라서 총 쉬는 날 수는 큰 차이가 없는데, 유급 병가가 큰 차이를 만드는 것 같다. 여기선 아픈 건 아픈거고 휴가는 휴가라는 생각이 깔려있는 것 같다. 본인이 아프거나 가족이 아프면 어차피 일이 안되니까 쉬어라 라는 개념이라고 이해한다. 한국에선 피같은 연차를 쓰기 싫어서 아파도 참고 일하는 때가 많은 것 같다.

About Sanghyun Park

a.k.a Baxang. Software engineer lives in Sydney, Australia born in Seoul, South Korea.